어릴 적 주말 저녁, TV 앞에 앉으면 늘 설레는 순간이 있었습니다. 당시에는 인터넷도, 넷플릭스 같은 영화 채널도 없던 시절이라 주말에 방영되는 KBS의 영화 프로그램 《토요명화》와 MBC《주말의 명화》등이 온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죠. 특히 《금지된 세계(Forbidden Planet)》가 방송되던 날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. 나중에 찾아보니, 나무위키에 1984년 10월 14일 KBS 명화극장에서 ‘금단의 별’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된 기록이 있어, 제가 기억하던 ‘토요명화’가 사실은 ‘명화극장’이었나 봅니다. 모비우스 박사의 고독과, 눈에 보이지 않는 ‘원(Id) 에너지’가 폭주하던 그 긴장감 넘치는 장면은 어린 마음에도 “SF 영화가 이렇게까지 깊고 섬세할 수 있구나” 하는 경이로움을..